아주가끔씩 2018. 10. 20. 09:23

알렉스 허친슨 지음/ 서유라 옮김/ 다산초당 출판사/ 2018년 출판(2018년 번역 출판)


참을성에 대한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달리기 특히 마라톤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구력에 대한 이야기를 달리기 및 사이클로 풀어냈다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책에는 많은 과학자들의 이론과 실험에 대해 나와 있다.


과거에는 인간을 기계론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따라서 인간의 한계를 기계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연구했다. 처음에는 근육 속 젖산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봤으나 이 후 VO2MAX라는 약어로 알려진 '최대산소섭취량Maximal Oxygen Intake')이 그 키라고 보았다. 그러나 추후 연구에 따라 산소서취량과 산소부채만으로는 거리에 따른 지속적인 기록 감소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른 관점에서는 인간의 뇌 속에 무의식의 중앙통제자가 있다는 이론이 나왔다. 인간이 한계에 이르기 전에 생존을 위해서 뇌가 근육을 통제한다는 이론이다. 이론의 근거는 장거리 선수들의 막판 스퍼트다. 인간이 기계와 비슷하다면 막판 스퍼트는 있을 수 없다. 최고의 기록을 기록한 장거리 선수들의 기록을 보면 초반 이후 꾸준히 속도가 줄어들다가 막판에 속도가 올라가는 패턴을 보인다. 또한 마라톤 선수들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결승선을 퉁과하는 선수들이 줄어들다가 3시간, 4시간 직전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들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이론은 발표 순간부터 논쟁을 불러왔고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로 마음은 근육에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서 럭비 선수들은 최대 에너지의 약 80%에 해당하는 강도이자 평균 242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수준으로 약 10분 동안 사이클 페달을 밟았으며, 완전히 탈진한 상태가 되면 금전적 보상을 약속받았다. 그들이 포기를 선언한 순간 연구진은 5처만 더 페달을 힘껏 밟아서 얼마나 많은 전력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지 부탁했다. 놀랍게도 242와트는 무리라고 했던 선수들이 평균 731와트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마코라는 컴퓨터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훈련만으로 육체적 지구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로를 유발하는 요소는 체계적인 반복 훈련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 같은 원리로 정신적 피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추론 한 것이다.

 2014년 마코라와 동료들은 반응 억제 능력을 측정하는 테스트인 '스트룹 과제Stroop Taks'를 활용해 특별한 실험을 기획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색의 단어를 보며 글자색에 해당하는 버튼을 누르라고 지시했다. 이 단어 자체가 색깔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과제는 생각보다는 까다롭다. 프로 선수들은 30분 동안 진행된 테스트에서 평균 705점을 기록하며 평균 576점인 아마추어 그룹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또한 아마추어 선수들은 스트룹 과제로 정신적 능력을 소모한 뒤 진행한 사이클 테스트에서 빈 화면을 바라봤을 때보다 약 4.4% 낮은 성과를 보였다. 반면 프로들의 기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 결과는 프로 선수들이 애초에 우월한 유전자를 가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오랜 훈련을 통해 반응 억제 능력을 강화했다고 추론할 수도 있다. 


 인간을 포기하게 만드는 첫 번째 요소는 통증이다. 간헐적으로 고난도 훈련을 받은 그룹은 통증 내성이 41%증가한 반면 지속적으로 쉬운 훈련을 받은 그룹은 통증내성에 변화가 없었다. 실전 탈진 테스트에서도 앞의 그룹은 전보다 148% 더 오래 버텼고 뒤의 그룹은 38%향상에 그쳤다. 훈련 중 겪는 고통은 통증내성을 강화시키고 이렇게 강화된 통증내성은 경기력을 향상 시킨다.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면 경기력이 향상 될지 알아본 실험도 있다. 실험 결과는 참가자들은 가짜 약을 먹었을 때보다도 한참 떨어지는 기록을 초래했다. 

 두 번째 요소는 근육이다. 정상급 800미터 선수들이 두번째 바퀴에서 절대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현상은 그들이 한계까지 근육을 밀어붙였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반대로 2분이상 달리는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막판 스퍼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뇌가 장시간 운동에 대비해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세 번째 요소는 산소다. A.V.힐과 그의 후계자들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실제 VO2Max는 선수들의 예상 기록을 확인해 주는 꽤 정확한 기준이다. 산소처리능력의 미묘한 차이가 실제 경기력의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정지무호흡 선수들은 월등한 폐활량이나 적응 능력을 타고 났지만, 그들이 진정한 한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는 심리적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다.

 네 번째 요소는 더위, 다섯 번째는 갈증이다. 갈증부분에서 게토레이의 유래와 2%이론(국내 2% 부족할 때 음료 이름의 유래로 추정되는)은 흥미로웠다. 

 마지막 다섯 번째 요소는 연료다. 이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관한 내용이다. 재미 있는 것이 이 책과 바로 이전 책 결정에도 고지방 저탄수 다이어트에 대해서 나온다. 그 주제가 나오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관심 있는 주제라 흥미롭게 읽었다. 핵심은 저지방 고탄수화물은 단거리 선수에게 유용하고 고지방 저탄수화물은 장거리 선수에게 유용하다는 것이다. 다만 장거리 선수라도 평소에는 LCHF를 하더라도 시합 직전에는 고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마코라의 실험에 참여해 12주간 뇌 훈련을 한 후 마라톤에 참가했다. 그 결과는 경기 막판 통증으로 인해 실망스러웠다. 다만 그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tDCS 기술로 뇌에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경기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도 있다. 현재로써는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마지막 요소로 믿음(자신감)을 들었다. 이는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으로 새롭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