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투자에 관한 생각들

증시 자금들과 주가의 상관관계

아주가끔씩 2020. 8. 18. 14:10

최근 증시 관련 유튜브 방송에서 고객 예탁금이 50조를 넘었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고객 예탁금이 역대 사상 최고치이기 때문에 쉽게 하락하지 않을 거란 뉘양스였다. 과연 고객 예탁금과 지수가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했다.

과거 예탁금과 지수를 비교해 보았을 때 후행성이 명확했다. 주가가 오르면 예탁금이 증가하고 내리면 감소했기 때문에 선행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는 상관계수라는 것을 모르고 단지 그래프와 숫자만 보고 판단했는데 이번에는 상관계수를 계산해보기로 했다.

HTS에서 증시자금을 검색해서 엑셀로 다운 받았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고객예탁금, 회전율, 미수금, 선물 예수금, 주식형, 혼합형, 채권형 펀드자금과 MMF 이렇게 자료를 볼 수 있다.

1999년 10월 12일부터 2020년 8월 13일까지의 자료를 받아서 당일부터 1999년 10월 12일까지의 상관계수를 각 날짜로 계산해 보았다. 엑셀에서 상관계수는 correl이라는 함수를 사용하면 된다. 함수 사용법은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데이터는 1999년 10월 12일부터 썼지만 상관계수는 2000년 1월 1일부터 계산했다.

 

우선 지수-예탁금의 8월 13일까지 상관계수는 0.74로 꽤 높게 나왔다. 참고로 상관계수는 1이면 두 변수가 동일하게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1이면 정 반대로 움직였다는 것을, 0이 나오면 서로 상관성없이 무작위로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부터 쭉 살펴보니 최대 0.84, 최소 -0.22였다. 약간 반대로 움직였던 기간은 2000년도 닷컴 버블로 폭락 시기였고 그 이후로는 양의 상관관계를 유지했다. 0.84가 나온 기간은 최근이 3월 17일로 거의 지수 저점 부근이었다.

 

지수-예탁금 증감과는 상관관계가 0.37로 많이 높지 않았다. 최대치는 0.45, 최소는 0.05로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통계적으로 0.4이하는 거의 상관이 없다고 한다. 즉, 예탁금이 많이 증가한다고 해서 지수가 상승한다거나 예탁금이 많이 줄었다고 해서 지수가 하락할 것이라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지수-회전율은 한때 0.79로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2008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현재는 0.03으로 의미없는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지수-미수금의 경우 -0.56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즉, 미수금 규모가 늘어나면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밌는 부분은 한때 0.84의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이다. 지수와 미수금이 음의 상관관계로 전환된 시점은 2008년, 바로 금융위기 근처다. 반대로 최고의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시기는 2006년이었다. 2008년 전후로 음의 상관관계로 전환되어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현재 미수금은 줄어드는 추세로 지수 상승에는 긍정적 신호다.

 

지수-신용융자와의 관계는 흥미로웠다. 상관계수는 무려 0.9로 지수-예탁금보다 훨신 높다. 최대치는 얼마전 0.92였고 최소값은 -0.73으로 극과 극이었다. 그런데 음의 상관관계였던 때는 2000년 초반으로 누적치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신뢰도가 떨어진다. 2001년에는 0.7이 넘었고 2002년 숫자가 한 번 튀는 현상이 있은 후 부터 상관계수가 0.1대로 뚝 떨어져 이 또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결론은 다른 어떤 자금보다도 신용융자가 지수와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이다.

 미수와 마찬가지로 신용융자도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제도다. 미수는 3일 후에 돈을 갚아야 하는 반면 신용은 3~6개월 정도의 비교적 장기 대출이라는 점이 다르다.

 최근 증권사등 신용잔고가 최대치로 찼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어떻게 될지 자못 흥미롭다.

 

지수-선물 예수금과의 관계도 상관계수가 0.84로 높게 나왔다. 2000년도에는 상관계수가 0.6이었다가 급격히 떨어진 이후 2001년 -0.57까지 가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0에 가까웠다가 2005년 이후 상관계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는 0.84까지 올라왔다. 즉, 최근의 선물 투자자들은 상승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 듯 싶다.

 

지수- 주식형펀드 자금도 상관계수가 0.69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고 최대치는 0.81, 최소치는-0.68이었는데 마이너스 상관관계는 2000년 이후 없었기 때문에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라 볼 수 있다.

 

지수-채권 펀드의 경우 양의 상관관계와 음의 상관관계를 왔다갔다 한다. 최대치는 0.78 최소치는 -0.8이었다.

 

지수-MMF 관계도 흥미로웠다. 과거에는 음의 상관관계였는데 2005년 이후로 양의 상관관계로 전환 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과거 -0.84였던 상관계수는 최근 0.73으로 점차 강화되었다.

 

이상으로 세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고객예탁금의 절대 규모와 종합지수와의 상관관계는 강한 편이다. 

둘째, 미수금의 규모와 종합지수와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음의 상관관계가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미수금이 증가추세에 있다면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셋째, 신용융자 잔고는 미수금과 같이 똑같은 대출이지만 종합지수와는 정반대의 상관관계가 있다. 미수금보다 더 신뢰할 만한 상관관계가 있다. 또한 시장이 하락하기 전에 신용융자 잔고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

 

위에 설명한 다른 자금들과의 상관관계도 있지만 가장 상관관계가 높고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은 위의 3가지 자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