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작가의 책은 작가가 어릴 때 쓴 공부기술 이후에 오랜만이다. 사실 그 책은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었는데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작가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영어 학습법 책과는 상당히 다르다.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시작은 영어의 발음과 문법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착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영어는 초기부터 말이 다른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을 위해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영국의 앵글로-색슨족의 말이라서 English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앵글로-색슨족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민족의 개념이 아니라고 한다. 색슨이란 단어는 색스(Saex: 짧은 칼)라는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무리를 뜻 했다고 하는데 지금의 영국 땅에서 용병을 모집해 독일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라고 한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의사소통을 하다보니 영어에는 다른 지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통일되지 않은 규칙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영향을 받은 단어들은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영어는 영국이 강한 힘을 갖기 이전 즉, 대영제국 시절 이전까지는 유럽에서 천대 받는 언어였다고 한다. 이런 영향이 아직 남아 있어 고급 영어라 일컫는 단어들이나 표현은 라틴어 계열이나 프랑스어 계열에서 온 것들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순우리말보다는 한자어를 보다 정제된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
영어의 이런 특성 때문에 영어에는 표준 발음이란 것이 없다. 미국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기준 발음도 미국 중부 시골인 일리노이 주의 밀워키 주민의 발음이 기준이라고 하는데 이는 단지 모든 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알아 듣기 쉬운 발음을 조사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문법에도 마찬가지 영향을 미쳤다. 같은 영어권 국가라 하더라도 사용하는 문법이 조금씩 다른 것이다.
외국인끼리 소통할 때 쓰이는 플랫폼 언어를 언어학자들은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어가 전세계적 언어가 되기 이전에는 라틴어가 그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영어는 라틴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 때 영국은 프랑스 왕가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어 왕실에서는 프랑스어만을 사용했었기 때문에 프랑스어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이런 까닭에 영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단순히 단어의 뜻을 알기보다는 단어가 어떻게 생성되어 어떤 의미로 통용되는 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단어의 기원을 찾아보면 한자의 부수처럼 어근이 되는 부분의 의미를 알고 그를 응용하면 여러 단어를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의 지도란 책을 전에 읽어봤기에 서양인과 동양인의 사고방식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동양인은 전체를 먼저 보는 반면 서양인은 먼저 가장 특징적인 것에 주목한다는 점 등이다. 조승연씨는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가 언어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주소를 적으로 때 우리는 가장 큰 국가부터 적지만 서양에서는 번지나 동호수를 먼저 적고 맨 나중에 국가를 적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시의 차이점을 극복하려면 그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아야 그 언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시의 일종인 소네트100편 정도를 낭송하고 분석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대학의 권장 독서 목록(고전)을 원서로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서양 철학과 종교 관련 서적을 읽고 서양 클래식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한다.
솔직히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영어를 완벽히 이해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초보자가 따라하기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한 언어를 익히려면 먼저 많이 사용하는 단어 200개 정도를 가지고 1~2년 동안 그 어원을 찾아보는 작업을 한다면 보다 쉽게 익힐 수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그 방법은 다른 사람보다는 조승연 작가만의 방법일 것 같다. 일단 한 단어를 익히는 데 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물론 한 단어를 완벽하게 이해하면 확장성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데는 지루하고 견디기 힘든 시간일 것이다. 원래 공부를 좋아하고 시간이 많은 어린 학생이라면 충분히 해 볼만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영어가 어느 정도 중급 수준이상 올라가면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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