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산업 및 업종에 대한 단상

예대마진과 은행주가와의 관계에 대해서

아주가끔씩 2020. 8. 26. 16:09

요즘 은행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2020년 8월 25일 종가 기준으로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의 시가배당율은 6~7%( 작년 배당금 기준)에 가깝다. 2020년 8월 26일 현재 은행연합회 기준 12개월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1.5%인 것을 감안하면 주가는 너무 싸다. 

 위에 언급한 은행들은 시가총액 기준 국내 최대 은행들이기 때문에 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은행에 예금을 넣어놓고 인출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예금을 하는 것 보다는 은행주를 사서 배당을 받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금리 차이가 무려 4%이상 나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우선 2가지 정도 이유가 떠올랐다.

 첫째, 주식은 위험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가장 크다. 은행 예금은 5천 만원 한도에서 예금자 보호가 되기 때문에 이자는 무위험 수익이다. 하지만 주식의 매수는 주식 가격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다.

 둘째, 현재 주식 시장은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때문에 성장주가 각광을 받는 시기다. 성장주는 여러 정의가 있지만 여기서는 이익 성장의 측면에서만 놓고 살펴보자.

 기존의 대형은행들은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당장 큰 규모의 이익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미 몸집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웬만한 수익으로는 티가 나지도 않는다. 반면 카카오 뱅크 같이 시작하지 오래 되지 않은 인터넷은행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약간의 이익 성장으로도 큰 성장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은행들은 매력도가 떨어진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은행들의 이익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작년대비 큰 이익을 내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상당한 이익을 실현했음에도 주가는 1월 고점 대비 30% 정도 내린 상태다. 이미 1월 고점을 넘은 주식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옆으로 기고 있다. 

 

 과거 실적대비 주가를 살펴보면 은행주의 주가는 이익을 선행해서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의 주가는 이익과 동행하는 경우도 많지만 은행주의 경우는 확실히 이익대비 주가가 선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은행의 이익은 쉽게 예측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의 재무제표를 보면 가장 이익이 큰 항목은 이자 수입이다. 은행 수익의 대부분은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와의 차이, 순이자마진(NIM)이 차지한다. 

지주회사의 경우 증권사와 저축은행, 보험사 등을 거느리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위에 언급한 3개의 은행 모두 은행 수익이 전체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증권사가 10%를 좀 넘어선다. 그 은행 수익 중 이자수익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수수료와 투자수익이다.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를 조사해서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보았다. 국가통계포털에서 "가중평균금리"로 검색하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수신금리)의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2008년 이후의 데이터만을 가지고 조사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데이터는 "신규취급액 기준"과 "잔액 기준"으로 나뉘는 데 신규취급액이란 새로 대출하거나 예금한 것의 금리를 말하는 것이고 잔액은 현재 은행이 가지고 있는 전체 잔액의 평균 금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신규취급액 기준이 미래를 더 잘 반영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위 그래프는 잔액기준 예대마진과 ETF KODEX 은행을 나타낸다. 대체적으로 유사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르게 움직이는 구간이 많이 있고 대부분 예대마진보다 주가가 먼저 반응한다. (처음에 은행 업종 지수를 사용했다가 KODEX 은행으로 변경했다. 

 

다음으로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마진과 은행업종지수를 나타낸 그래프다. 신규취급액만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총잔액 기준보다 변동성이 크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상대로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마진은 은행업지수를 선행하여 움직였다. 현재도 주가는 크게 빠졌는데 예대마진은 위로 크게 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주가 반등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0개월 정도 선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실 12년 정도의 데이터라서 신뢰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2010년부터 2015년 기간은 횡보 구간이라 딱히 선행성의 모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상관계수를 한 번 구해보기로 했다. 

예대마진은 한 달에 한 번 한국은행에서 월말에 지난 달 수치를 발표한다. 즉, 8월 중에는 6월 수치 밖에 알 수 없고 말일이 되어서야 7월 수치를 알 수 있다. 그래서 2개월 정도 차이를 두고 상관 계수를 구했다. 예를 들어 8월의 상관계수(12개월)를 구할 때는 작년 9월 ~ 8월까지의 월별 주가 12개와 작년 7월 ~ 6월까지의 예대마진 각 12개를 가지고 상관 계수를 구했다. 

그래프만으로는 잘 알기 어려울 수 있는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상식적으로 예대마진과 주가는 비슷하게 움직여야 한다. 즉, 상관계수가 양수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6개월, 12개월로 계산한 상관계수는 그렇지 않았다. 12개월의 경우 상관 계수가 -0.83 ~ 0.76으로 나왔다. 6개월의 경우는 더 심해서 -0.96 ~ 0.98로 나왔다. 이것은 일시적으로 주가와 예대마진이 거의 정반대로 움직일 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상관계수가 -1에 가깝게 움직일 수록 지금까지와 반대 추세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 생각이 맞는 지 검증해 보기 위해서 -1에 가까운 시기를 찾아보았다. 12개월 상관계수 중 최소치를 찾아보면 2011년 4월 -0.83이었다. 당시 KODEX 은행 가격은 7565로 이후 급락해 2011년 11월 4925까지 떨어졌다.

 또 6개월 최저치는 -0.96으로 2018년 2월이었다. 당시 종가는 8337이었고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하락 추세에 있다.

 

 이는 상관계수가 마이너스가 된다면 현재의 추세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확률은 마이너스 값이 크면 클수록 높아질 것이다.

 

최근 6월에 6개월 상관계수가 -0.8까지 갔다가 은행주가 최근 살짝 반등한 모습이다. 그 후로 6개월 상관계수는 0.52로 마이너스를 벗어났지만 12개월 상관계수는 아직 -0.35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의할 점은 상관계수가 마이너스가 되었다고 무조건 추세가 전환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현재는 -1에서 좀 멀어진 상태다. 그리고 예대마진의 선행성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0개월이었다. 예대마진 추세가 변경된지 이제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너무 섣부르게 주식을 매수할 이유도 없다. 배당을 생각하면 이미 매력적인 가격이지만 좀 더 공부하면서 천천히 매수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